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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 변경 없다던 제주항공, 예약 취소 빗발에 1900편 감축 본문
179명의 승객을 사망에 이르게 한 제주항공이 올 3월까지 국내선과 일본·동남아시아 등 국제선에서 총 1900편의 항공편을 감축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저가항공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비행기 1대당 월평균 가동시간이 가장 길어, 이윤을 위해 무리하게 운항을 늘리다 안전을 소홀히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당초 제주항공은 참사 직후인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운항 감축 등의 계획은 없다고 버텼었는데, 이용객들의 예약 취소가 쏟아지고 온라인에서 제주항공뿐 아니라 모기업인 애경그룹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마지막 언론 브리핑에서 "1~3월 동계 운항 기간에 약 1900편 정도의 감축 운항을 진행하겠다"라며 "여러분께서 염려하는 운항 안전성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참사 초기 제주항공 태도에서 크게 바뀐 것이다. 제주항공은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안전상 문제를 고려해 운항 변경 등의 계획이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계획이 없다"(송 본부장)고 선을 그었다. 당시는 지난달 29일 179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똑같은 착륙 바퀴(랜딩기어) 문제로 또다른 제주항공 여객기가 김포공항에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였다.
이에 비판이 일자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달 31일 부랴부랴 "운항량을 10~15% 감축하겠다"고 했다. 이후 구체적인 노선과 감축 규모를 명시해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송 본부장은 이날 "감편 운항 계획을 행정 당국에 설명 드렸고,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운항일정이 변경된 예약자들에게 대체 항공편 정보를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참사 후 제주항공의 과도한 운항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제주항공의 총 운항 편수는 2만 5284편으로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3만 8796편)에 이어 2위였다.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2만 5267편)보다도 많은 수치였다. 진에어(2만 5691편)·티웨이(2만 129편)·에어부산(1만 8926편)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총 이용객 수에서도 제주항공이 442만 7377명으로 대한항공(583만 871명)에 이어 2위였다. 제주항공에 이어 아시아나(426만 1842명)·진에어(416만 9681명)·티웨이(355만 1591명)·에어부산(333만 669명)순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여객기 1대당 평균 가동 시간은 월 418시간으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길었다. 티웨이(386시간)·진에어(371시간)·대한항공(355시간)·에어부산(340시간)·아시아나항공(335시간)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난다. 여객기 1대당 정비사 수도 제주항공은 11.2명으로, 대한항공(18.6명)·아시아나(16명)·티웨이(11.5명)에 못 미쳤다.
제주항공 예약 취소 빗발… SNS선 모기업 애경 불매운동
업계에선 이번 제주항공 감편 결정이 무더기 예약 취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란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참사 후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저가항공 업계 전반적으로 항공권 취소가 늘고 있다. 제주항공은 두 배 이상 취소가 증가한 것으로 안다"라며 "제주항공이 안전을 위해 감편을 했다기보다는, 승객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조정을 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실제 제주항공이 밝힌 바에 따르면, 참사가 난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집계한 항공권 최소 건수만 6만 8000건에 달했다. 이후 누적된 예약 취소 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이용객들에게 항공권을 팔고 미리 받은 선수금 규모는 2606억원에 이른다.
송 본부장은 이날 '유동성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항공권 예약)취소가 분명 되고는 있지만, 반대로 예약 유입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당장 2600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고, 그 중 일부가 최소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1400억원 정도의 현금은 확보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예약 취소 금액 규모가 어떻게 되나'라는 거듭된 질문에는 "취소되는 양과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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