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건강 이바구
채권개미, 韓美서 ‘年 50조 순매수’ 시대 개막…“호재·악재 혼재” 2025년 주의점은? 본문
작년 한국·미국 금융투자시장에서 ‘채권개미’들의 순매수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순매수액이 40조원 선을 넘어섰고, 미국 채권에 대한 순매수액도 10조원대에 진입하면서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앞서 채권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단 전망 속에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예정 등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입 호재 등으로 ‘채권개미’들의 매수 열기가 올해도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긴축 선호)’적 태도로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 현실화한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 등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세 등 불확실성 리스크가 급증한 만큼 채권개미들이 기존 투자 계획을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2024년 韓美 채권 순매수액 ‘역대 최대’ 신기록 행진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4년 개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순매수액은 41조6448억원에 달했다. 지난 2023년 기록한 37조5620억원보다 10.87%나 증가한 수치로 또 한 번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개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순매수액이 40조원 고지에 오른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 올리며 ‘금리 상승기’를 맞이했던 지난 2022년 20조6113억원 규모였던 개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순매수액은 2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국내에 필적할 만한 투자처로 떠오른 미국 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도 역대 가장 큰 수치를 나타냈다. 같은 날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미국 채권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2024년 순매수액은 77억7645만달러(약 11조4049억원)에 달했다. 지난 2022년 기록한 35억6209만달러(약 5조2242억원)보다 약 2.18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2023년(32억634만달러)과 비교했을 때는 2.43배나 수치가 커졌다.
금리 인하기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고, 주식 투자에 비해 안정성까지도 높다는 점에서 채권 투자가 유망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2024년엔 기준 금리가 정점에 도달한 후 미 연준의 ‘피벗(pivot, 금리 인하)’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던 상황이었던 만큼 채권으로 투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금리가 떨어질 경우 채권값까지도 올라 만기 전 매도 시 매매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기에 WGBI 편입까지 호재 이어져
2025년 들어서도 채권개미들의 투자 열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에 우선 무게가 실린다.
작년 11~12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릴 2회 연속 인하한 데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 등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당장 올해 1월에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채권 투자자에겐 호재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부터 WGBI 편입이 예정됐다는 점도 채권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게 할 소식으로 꼽힌다. WGBI 추종 글로벌 자금의 규모가 2조500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번 호재로 국내 시장에 500억~600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금이 흘러들어올 수 있다는 예측도 이어진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장기 투자에 중점을 둔 패시브(지수 추종) 성격을 지닌 만큼 WGBI 추종 자금 덕분에 만기가 긴 장기 국채가 직접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작년 말 폐지된 것도 올해 채권시장 내 채권개미들의 활동을 한결 자유롭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됐을 경우 채권 투자자들에겐 250만원 이상 매매 차익이 발생했을 경우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뻔했다는 점 때문이다.
올해 들어 투자에 나설 채권개미에겐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지만 수익성이 좋은 A급 회사채를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또 다른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작년부터 선반영된 상황 속에서 금리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높은 A급 회사채에 대한 매력도가 부각 중”이라고 짚었다.
“전문가조차 예상 난항…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투자 주의 要”
국내 채권 시장을 중심으로 연초 들어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증권가에서 조금씩 커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달 공식 출범하면서 벌어질 통상 마찰 등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윤석열 대통령 발(發) ‘비상계엄 사태’ 후 이어지고 있는 탄핵 정국 장기화 양상 속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근접하는 등의 변수가 커지는 만큼 채권시장 투심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한 증권사 채권 전문 A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작년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긴축 선호)’적 자세로 연내 금리 인하 횟수가 절반(4→2회)으로 줄면서 채권 투심이 위축됐다”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면서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연초 효과’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투심 위축 등으로 옅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채권 투자에 나서려는 개미들의 경우 자산배분 측면에서 영향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수연 한양증권 연구원은 “예년 대비 높아진 불확실성과 1월 말 설 연휴로 인해 스프레드 축소 강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산배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양호한 투자대상으로 관심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중장기물 대비 낮은 민감도와 예년 대비 가격 매력도(크레디트 스프레드 비중)가 증가한 단기물 투자 매력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금리 인하기가 올해 들어 본격화하며 채권 투자가 적기를 맞이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 속에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채권 시장 투심엔 부정적 재료가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A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당장 환율보단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 쪽에 무게추를 둘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변동성이 극대화한 상황에 쉽사리 예측하는 게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벌써 언급되는 데다, 정부가 201조3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발행할 예정이란 소식도 채권 시장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통상적으로 추경 등 국고채 발행이 증가할 경우 장기물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금리가 오르게 된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고채 발행 확대가 신용채권(특수채, 금융채, 회사채를 포함한 신용 위험이 존재하는 채권) 수급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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