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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탄핵정국과 다른 환율변동...野김현정 정치 불확실성 해소해야 본문
적어도 내년 9월까지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보며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와중에, 환율방어를 위한 외환보유액 매도가 외환위기를 또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평택시병)의 환율 전망을 묻는 질문에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경제기초여건과 괴리된 환율수준을 유지할 경우, 외환시장이 오히려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다수의 신흥국에서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한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따라서 우리 외환시장이 자율변동환율제도로 운용되고 있음을 감안해,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2.3 계엄사태 이후 탄핵정국의 환율 변동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전 박근혜 정국(2016.12~2017.6) 환율 추이를 보면 2016년 정국 혼란 시기에 원·달러 환율은 최대 7.0% 상승한 후, 2017년 들어 하락 흐름을 지속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에선 환율 강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김 의원에게 보낸 자료를 통해 12.3 계엄선포 이후 발표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평균적으로 ▲2025년 3분기까지 지속적인 상승 기조 ▲계엄선포 이전에 비해 상향 조정(원화 약세) ▲전망치의 편차 확대 등이 주요 특징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KIEP 자료에 따르면, 주요 IB의 환율 전망치는 중간값 기준으로 내년 1분기 말 1,435원, 2분기 말 1,440원, 그리고 3분기 말 1,445원이다. 전망 시점별로 보면 계엄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계엄선포 이전 수준에 비해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는 계엄선포 이전인 올 11월 8일을 기준으로 올 4분기 1,315원, 내년 1분기 1,305원, 2분기 1,300원 수준으로 안정화할 것이라는 기존 해외투자은행들의 예측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예상이 나오면서 환율 강세가 1년이상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BNP파비아스와 노무라은행은 최근 내년도 매분기 환율이 상승해 3분기에 각각 1,445원과 1,500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웰스파고는 3분기에 이르러 환율이 1,460원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듯 주요 IB들의 전망치 변동 폭은 전망 시점이 장기일수록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기관별 최고-최저 전망치 격차는 1분기 55원, 2분기 90원, 3분기 100원으로 보다 장기 예상일수록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2016년 12월 9일을 전후해서 환율은 상승세를 타며 1,209원까지 치솟았으나 2017년 1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 이뤄진 3월 10일께는 1,130원대로 떨어진 것과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KIEP는 환율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외신인도 관리 강화, 외환수급 안정, 금융안전망 강화 등 다각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도 김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원·달러 환율은 10월 이후 미국 신정부의 관세·통상 압박 및 수출 둔화 우려,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변화 등으로 인한 글로벌 달러화 강세를 반영해 등락하고 있었다"면서 "계엄사태 이후의 환율 상승에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어 있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어 "외국인은 비상계엄 다음날부터 3영업일(12.4~6일) 연속 국내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대체로 순매도를 지속했다"면서 "금년 8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외국인 투자의 변동성 추가 확대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 우려가 커질 경우,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증대되고,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대내외 불안요인을 신속히 정치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한은은 외환당국으로서 환율 전망을 언급하는 것이 시장에 불필요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점도 밝혔다.
신한은행 S&T센터는 김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현재 1,300원~1450원(평균 1,360원)을 유지하지만 최근 국내외 상황에 따라 상향 전망이 불가피하다"며 "탄핵정국처럼 향후 정치의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어 1,350원~1,500원(평균 1,420원)수준을 염두에 두고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이어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 리스크가 원화 자산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해 해외 자본유입을 저해하며 외화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과 탄핵 정국 장기화 혹은 심화 시 소비 및 투자심리를 저하시켜 국내 내수를 위축시키는 한편, 경제 정책 집행도 지연되며 국내 경기의 하방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물론 향후 추이를 보다 지켜봐야 하나, 수출이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내년 한국 경제는 2%를 밑돌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고 우려했다.
산업연구원도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와 트럼프 당선과 같은 달러 강세 요인에 비상계엄 선포, 탄핵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원화 약세 요인이 더해져 3회에 걸친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원·달러 환율이 지난 30일 1,474원까지 치솟았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계속되면, 2025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내년 환율은 상반기까지 달러화 강세가 유지되겠으나, 하반기에는 미국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 등 달러 약세 요인과 무역수지 흑자 지속 등 원화 강세 요인이 작용하면서 완만하게 하락할 것을 전망한 것과 큰 변화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정세 불안으로 인한 환율 상승은 가격 상승 외 소비 심리,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부정적 영향이 강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환율 안정 정책으로는 우선 시장 심리 안정을 위해 금융당국은 안정적인 환율 유지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며 자기실현적예언효과(self-fulfilling prophecy)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시장심리 안정에 외환보유고 수준이 중요하며, 통화 스왑을 통한 환율 안정화 정책을 적시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진단에 대해 "현재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00원까지 오른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값 상승, 물가 급등, 생활비 증가, 내수 위축 등 국민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 이탈, 국가신용등급 하락,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기를 속히 끝내기 위해서는 윤석열 탄핵 심판과 단죄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사례를 토대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에 해결돼야 환율변동성도 이에 따라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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