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건강 이바구
무안공항, 안전구역 미확보 상태였다… 활주로 끝에서 로컬라이저까지 거리 규정보다 짧아 본문
무안국제공항이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시설)를 설치하면서 종단 안전구역 권고기준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사실이 31일 확인됐다. 무안공항에서는 지난 28일 탑승객 181명이 탄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도중 로컬라이저와 외곽 담벼락에 잇달아 부딪히며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무안공항이 지난 5월 9일 한국공항공사 홈페이지에 올린 ‘무안국제공항 공항운영규정’에 따르면 이 공항은 ‘공항안전운영기준 제76조 및 비행장 시설 설치기준 제21조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고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공항운영규정(Airport Operations Manual)에는 공항의 부지 정보부터 시설 정보, 안전관리 시스템과 제한사항까지 공항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다. 강설 시 제설작전계획 등 비상운영계획도 포함돼 있다. 로컬라이저 설치 지점이 권고기준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공항운영규정 ‘제한사항’에 기재돼 있다.
이 공항운영규정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착륙대(활주로) 종단(끝지점)으로부터 거리 240m 지점까지 안전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활주로 01방향(정방향, 남→북)에는 종단으로부터 202m 떨어진 곳에, 19방향(역방향, 북→남)에는 199m 떨어진 곳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했다. 로컬라이저는 공항 활주로 주변에 설치하는 안테나 모양의 시설을 말한다. 전파를 쏴 항공기가 활주로 가운데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두고 한국공항공사 측은 활주로 01방향은 38m, 19방향은 41m가 각각 안전구역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공항 측은 “무안국제공항 2단계 확장시 추가 확보를 검토하겠다”고 답변을 했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설치 지점(LLZ)과 종단의 거리는 다른 공항에 비해 짧은 편이다. 국내 대표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로컬라이저가 활주로 끝 지점에서 295m(1~3활주로), 298m(4활주로) 떨어진 지점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 공항도 공항안전운영기준에 따라 활주로 끝에서 240m가량 뒤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무안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한 항공기는 LLZ를 지나쳐 활주로 끝에서 323m 떨어진 외벽과도 충돌했다. 공항이 로컬라이저 설치 기준을 지켜 240m 뒤에 설치했더라도 충돌을 피하진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무안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의 구조물 형태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고시 사항인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24조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의 강도는 활주로 이전에 착륙하거나 과주한 항공기의 손상 위험을 감소시키고 항공기의 감속을 도우며 구조 및 소방차량의 이동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안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는 2~3m 높이의 둔덕 안에 30~40㎝ 깊이로 심어져 있고, 둔덕 위로 7㎝가량 튀어나온 형태다. 전문가들은 고시의 ‘과주한 항공기의 손상 위험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형태라고 지적한다.
인천공항의 경우 지상에서 7.5cm만 올라온 기초 구조물에 안테나는 철골 형태로 항공기와 충돌을 해도 항공기 외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설치가 돼 있다.
인천공항이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인천공항 로컬라이저 안테나 설치 현황’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로컬라이저가) 둔덕 형태가 아닌 지중에 매립한 콘크리트 기초대에 설치돼 있다”면서 “안테나는 부서지기 쉬운 재질 및 구조로 제작돼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의 형태는 주차장에 설치된 ‘밀림방지턱’ 형태”라며 “외부로 돌출된 안테나는 부러지거나 구부러지기 쉬운 자재로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지난 2016년 UPS 화물기가 랜딩기어 파손으로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오버런해 로컬라이저와 충돌한 적이 있지만 기체 충격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사고 항공기에는 조종사 1명을 포함한 승무원 5명이 타고 있었고, 사고 직후 탑승인원 모두 기체를 빠져나와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로컬라이저 설치 규정은 상식적인 수준으로 보면 된다. 너무 단단하거나 구조물이 높으면 기체에 타격을 입히지 않겠나”라며 “이런 것을 고려해 설치를 하도록 기준이 설정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구조물 형태는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솟는 환율에 유류·먹거리 가격 꿈틀…연초 물가 빨간불 (2) | 2025.01.01 |
---|---|
8년전 탄핵정국과 다른 환율변동...野김현정 정치 불확실성 해소해야 (5) | 2025.01.01 |
내년 사이버공격 키워드는? (3) | 2024.12.31 |
알리, 입점 셀러 수수료 면제 종료 (0) | 2024.12.31 |
삼성전자, 인간 닮은 미래 로봇 경쟁 뛰어든다...로봇 전문 회사 최대주주 됐다 (2) | 2024.12.31 |